1. 플래시 가문의 천덕꾸러기




Q. 결제를 치일피일 미루다가 이젠 전화도 안받네요... 어떡해야 하나요?


A. 고소가 답입니다



Q. 맨날 밤새가며 열심히 일해왔는데 미래가 보이질 않아요. 선배님들 조언 부탁드려요


A. 힘내세요




플래시 게시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시물 중 하나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게시물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업종이 무얼까...


바로 이러닝이다.




(돈을 못받았을 때의 내 심정)





참고로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러닝 업계란 곳이 프리랜서들 (일명 차시 개발자) 만 피해를 자주 입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리랜서나 외주업체들이 마감날 잠수를 타버려 담당 업체까지 피해를 입는 곳이 이바닥이다...

(다만 그들은 게시판에 글을 안올릴 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문제가 많아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바로 이러닝이다.






2. 자연스러운... 혹은 너무나 쉬운 진화



이미 얘기했지만, 웹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수익구조가 없었다.

(굳이 찾아보면 성인용 컨텐츠를 만들어 파는 곳도 있긴 했었다)



(결국 돈이 문제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지 않나...



사람들은 결국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곳을 찾았냈는데, 이는 아마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게다.




적은 트래픽의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를 가능하게 하는 스크립트, 그리고 다른 영상물에 비해 한없이 적은 제작비...


이러한 플랫폼과, 정부 주도하에 진행된 인터넷 교육사업의 결합은 그 시너지가 굉장했다.



대기업들 치고 사내교육 시스템에 이러닝 하나 정도 안만드는 곳이 없었고, 정부는 수년째 멀티미디어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웅진, 대교, 비상 등등등... 모든 교육 서적 업체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 놈의 정부주도 멀티미디어 교과서도 참으로 할말이 많은데...)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였으니 벤처들이 가장 손쉽게 뛰어드는 곳중의 하나가 이러닝 개발이였다.







3. 프리랜서의 난




플래시는 진입 장벽이 너무나 낮은 뛰어난 도구였기에, 적당히 사람들을 모아 프리랜서 팀 하나 만들기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그러다가 대기업이나 정부 사업을 맡으려면 법인등록이 필요해서 회사를 차리는 그런 식이었다.



프리랜서에 관한 개념도 별로 없던 시절 잘못된 계약이나 아예 계약을 안하던 것은 부지기 수였고, 그러다 보니 탈도 자주 났다.

얼마나 모르냐면, 당연히 떼야 하는 세금 3.3% 를 가지고도 사기를 친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깐...


무지하긴 회사나 프리랜서나 매한가지였다. 



입금을 몇달 미루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초기 시장의 혼탁함 속에서도, 정부의 눈 먼돈은 넘쳐났다.



마음 먹고 건강을 잃을 각오만 한다면, 억대연봉에 가까운 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딱히 아무런 IT 기술도 가지지 못했던 사람이 체력만 가지고 말이다...





4. 전국시대... 그리고 밤샘



눈먼돈이 있다보니 회사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한 것...


중간 마진을 챙기기 위한 회사들이 들어섬에 따라 재하청 구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닝과 관련이 없던 에이전시 업계도 재하청의 중간마진만을 챙기며 간을 보고 있었으니깐...

(뭐,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에이전시라는 업체일 수도 있다)



이는 당연히 공멸의 수순을 밟았고, 그러한 공멸 이전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먼저 여파가 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쳐낼 수는 없고, 효율을 올려야 했다.



야근을 넘어선 밤샘의 시작말이다. 정말 일주일 넘게 집에 못들어가는건 일도 아니였달까...




(1박 2일이 뭐가 힘들다고)






회사가 그랬는데, 프리랜서는 덜할까? 아니 오히려 프리랜서나 팀들은 더 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밤을 새는 만큼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니깐 말이다.



그리고 신용이 불안한 업계의 특성상, 믿고 쓰는 외주 업체나 팀이 되어야 꾸준히 일을 맡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리한 일정이든 뭐든간에 해결을 해야하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5. 자정작용



하지만 겪어보니 회사들에게는 애매한 시장이었다.


돈은 되지만 너무나 불안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불안함의 주체가 일거리이든 외주업체의 관리든 간에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의 회사들은 컨텐츠 양산보다는 플랫폼이나 프레임웍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프레임웍을 파는 회사도 생겨났다.



무분별한 수주보다는 안전한 공급처를 가지고 일하는 곳도 생겨났다. 그것이 정부이건, 대기업이건 말이다.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그 공급처인 정부와 대기업에게 더 필요했을 것이다.



시장은 이렇듯 고착화 되기 시작했다. 



시장이 경직되어지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다른 분야로 떠나기 시작했다.

돈을 벌 때는 몰랐던 자기의 건강을 잃은 사람들도 매한가지였고...






6. 여전히 굳건한 이러닝. 그리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러닝 시장은 여전히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웹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러닝은 수익을 전제로 한다.


2.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2번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변화해야 살아남는다...고들 말하는 정부와 대기업이지만, 그들의 사업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관계들이 곳곳에 숨어있어서이다.



마치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아무리 쓸데 없어보여도, 연말에는 모든 구청이 보도블록을 깔 듯이 말이다.



이것은 하향선이라도 아주 완만한 하향선일 것이다. 아니면 어느정도 자정이 된 지금에서는 수평선일 수도 있고 말이다.




(정부와 공기업 사업은 철밥통 아니던가)






이렇듯 가장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도 이러닝 시장은 여전히 플래시 업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급변하는 IT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음은 유고 나카무라, 조슈아 데이비스, 카일쿠퍼 등으로 대변되는 그 곳...



[작가의 영역에 달하다. 모션 그래픽] 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미나토
: